경제 이야기

당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부동산? 프랑스의 소름 돋는 '비아제' 제도!

martin0401 2025. 8. 15. 10:42

프랑스에 집을 정말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하지만 그 집을 얻기 위해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면요? 오늘은 낭만적인 프랑스의 이면에 숨겨진, 다소 섬뜩하지만 흥미로운 부동산 매매 제도 '비아제(Viager)'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비아제, 대체 무엇이길래?

 

비아제는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프랑스의 독특한 부동산 매매 방식입니다. 고령의 매도인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집을 내놓는 대신, 매도인이 살아있는 동안은 그 집에서 계속 거주하는 조건을 매수자와 계약하는 것이죠. 매수자는 계약 시 일시금(부케, bouquet)을 지급하고, 매도인이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처럼 일정 금액을 꾸준히 지급합니다. 그리고 매도인이 사망한 후에야 비로소 집의 완전한 소유권을 넘겨받게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 죽어야 집을 가질 수 있는' 다소 섬뜩한 거래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과연 그럴까?

 

비아제는 우리나라의 주택 연금과 비슷하게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이점을 줄 수 있는 '윈윈(Win-Win)' 관계로 보입니다.

  • 매도인(노인층) 입장: 프랑스 개인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노인층에게 비아제는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인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입원입니다. 연금의 실질 가치 하락으로 추가 수입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 매수인(젊은층) 입장: 프랑스 도심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 속에서 젊은층에게 비아제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 '윈윈' 관계에는 치명적인 조건이 붙습니다. 바로 매수자의 유불리는 매도인의 생존 기간에 달렸다는 점이죠. 매도인이 오래 살수록 매수인은 연금 지급으로 손해를 보고, 빨리 사망할수록 이득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비아제 투자 시에는 부동산 가치 파악은 물론, 매도인의 기대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도인의 나이가 어릴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며, 심지어 70세 남성은 시세보다 50%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노부부와 계약하는 경우, 한 명이 사망해도 남은 배우자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므로 할인율이 더 커집니다.

 

아름다운 관계? 아니면 비극의 시작?

 

비아제 계약자들은 매도인과 주기적으로 만나 안부를 묻고 차를 마시며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따뜻하고 정감 있는 모습이지만, 이 관계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매수인이 매도인의 사망을 재촉하거나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프랑스에서 92세 할머니가 마들렌을 먹다 사망한 '마들렌 사건'에서는 비아제 계약자가 유력 용의자로 몰리기도 했죠.

 

반대로 매도인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살아 매수인이 아파트 시세의 두 배가 넘는 연금을 지불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잔 칼망 할머니'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비록 위험성이 크지만, 비아제는 프랑스 부동산 시장에 저렴하게 진입할 수 있는 독특한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은퇴 후 프랑스 거주를 희망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또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비아제 거래 방식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년층의 높은 주택 소유율과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어려움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우리나라도 겪고 있는 만큼, 프랑스의 비아제 제도는 자산 이전과 복지의 대안으로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성과 윤리적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되겠죠.

 

프랑스의 비아제 제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